미국 시간 기준 3월 14일, 바이든 미 대통령은 "US스틸에 관한 성명문"에서 US스틸이 미국에 갖는 의미를 강조하며 노동자들을 향한 지지를 보냈습니다.
"미국 노동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강력한 미국 철강 기업의 유지는 중요하다""US스틸은 100년 이상 미국의 상징적인 기업이였고, 국내에서 소유되고 운영되어야 한다""철강 노동자들에게 그들을 지지한다고 말한건 진심이였다"
사실상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하는 내용이였기 때문에 US스틸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이번 성명문으로 반대의 이유가 명확해졌습니다. 바로 대선을 앞둔 표심 챙기기입니다.
미국의 대표 철강 노조인 United Steel Workers(USW)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발표된 직후 이를 비난하는 성명문을 발표하였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US스틸을 이끌어온 탐욕스럽고 근시안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이번 거래에 실망했다""규제 당국이 이번 인수를 국가 안보와 근로자 이익 측면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판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USW측은 인수 발표 당시 "사전에 노조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반발했고, 이후로는 노동 계약(기본 협약, 연금, 헬스케어 및 복지 혜택 등)의 유지를 중심으로 요구하며 일본제철에 노조와의 노동 계약 승계를 확실하게 약속하지 않을 경우 협상의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3월 14일 USW 국제 회장인 데이비드 맥콜은 "자신이 아는 한, 지금까지 있던 모든 상황에 비춰봤을때 우리의 우려가 정당함을 알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USW 및 US스틸 노동자들은 클리블랜드클리프스(CLF: NYSE)의 인수제안을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USW의 회장이 직접 클리블랜드클리프스를 지지하며 최고의 전략적 인수자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미국 노동자들의 노조 참여율은 해가 지날수록 낮아져, 최근 들어서는 10% 선도 아슬아슬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갈 수록 노조에 덜 참여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그러나, 노조의 의견과 노동자들 전체의 의견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 그들의 조직력과 파워는(특히 맨파워가 요구되는 분야의 노조일수록)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여론입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파워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로 2016년 러스트벨트가 트럼프에게 넘어간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취급되던 러스트벨트가 트럼프의 공화당에게 넘어간 것입니다.
트럼프가 이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은 "잊혀진 미국의 남녀들은 더 이상 잊혀지지 않을것"(The forgotten men and women of our country will be forget no longer.)이라는 발언으로 요약됩니다. 트럼프는 미국 인프라의 재구축도 같이 언급하면서 미국의 중대형 제조업을 다시 살려낼 것이라는 기대를 주었고,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지역 관리에 소홀했던 틈에 이 구호가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민중들의 마음을 파고 든 것입니다.
2016년, 2020년을 거쳐 또 다른 대선을 앞두고 있는 2024년 현재, 해당 주들은 민주당의 든든한 텃밭에서 목줄을 쥔 경합구가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대표적으로 미시건주의 경우, 올해 2월 말에 있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근소하게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트럼프도 이번 건에 숟가락을 얹고 강성노조로 유명한 국제운전사형제단(소위 Teamsters) 회원들과의 미팅에서 "우리가 철강 산업을 지켜냈는데 일본에 매각된다니 끔찍하다"며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반드시 거래를 막을 것"이라고 코멘트한 상황에서 바이든 역시 그에 걸맞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을 것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업 인수합병을 향한 유례 없는 수준의 개입에 나서며 억지에 가까운 반대 이유를 쥐어짜고 있는 이유가 선거 표심을 다분히 의식한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경제 정책 자문사인 '록크릭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댄 프라이스 이사는 워싱턴포스트에 "자신이 아는 한, 검토가 끝나기 전의 거래에 개입한 대통령은 지금껏 없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표심을 위해 정치적인 목적으로 바이든이 소위 "막 지른" 감이 있지만 이미 질러놓은 이상 물리기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가능성이 5:5에서 1:9로 변해버린 격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제철 이전에 US스틸 인수를 추진하고, 노조의 지지도 얻었던 클리블랜드클리프스의 CEO 역시 "일본이 무역 면에서는 우방국처럼 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양사간의 합병을 막을 이유는 없어보인다"고 평했었죠.
일본제철의 인수가 취소된 이후에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다시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이미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인수를 포기하고 자사주 대규모 매입에 현금을 돌리기로 했고, 앞으로도 M&A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상황입니다. 정치적인 분쟁 상황 속에서 US스틸 주주들만 난처해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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